습도 조절 잘 해주라는 의사의 말에 부지런히 사용한 가습기, 내 아이를 기구한 운명으로 만들 줄이야

습도 조절 잘 해주라는 의사의 말에 부지런히 사용한 가습기, 내 아이를 기구한 운명으로 만들 줄이야: 2015.08.12 11:21 입력 | 2015.07.15 11:21 수정

2015년 5월 29일. 영국 런던 외곽 슬라우에 위치한 레킷벤키저 본사와 런던 시내, 웨스트민스터 국회, 트라팔가 광장 등에서 5명의 사람들이 시위를 벌였다. 한국에서 온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그 자리에 일정상 동행하지는 못했지만 최지연 씨도 가습기피해와 관련 지난한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피해자 가족이다. 아래는 이들이 왜 시위를 벌이고 있는지, 최지연 씨의 사례를 통해 기록하는 '정체불명 폐질환’에 관한 이야기이다.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allcsn.co.kr/PEG/14369269811015.jpg"></td></tr></tbody></table> 2006년 봄, 정체불명의 간질성 폐질환으로 한 두 살배기 아기들이 죽어가는 사건이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호흡기알레르기과 홍수종 교수는 속수무책으로 숨지는 아기들을 보며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왜 같은 시기에 이유도 알 수 없는 증상으로 아기들이 숨지는 것일까?’ 홍 교수는 이런 일이 자신의 병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홍 교수는 동료 의사들과 15명의 영유아 환자 사례를 모아 논문을 썼다. 하지만 사회적인 관심을 모으지는 못하고 그렇게 묻혔다. 2007년 봄이 오자, 동일한 특성을 지닌 간질성 폐질환 소아 환자들이 다시 들어왔다. 홍 교수는 두 번째 논문을 쓰고 관련 자료를 질병관리본부에 보내 협조와 관심을 요청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특정 바이러스가 원인인 것 같지는 않다”는 답을 보내왔다. 결국 누구도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또 몇 해가 흘렀다. 2011년, 영유아들과 유사한 증상으로 산모들이 숨지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홍 교수는 이 질병의 정체를 파고들었다. 서울아산병원은 TF팀을 꾸리고 의료진과 질병관리본부 측이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예전에 홍 교수가 질병관리본부에 보냈던 자료를 토대로 논의를 했다. 연구진이 밝힌 원인은 다음과 같다. ‘공중에 떠다니는 무엇인가가 기관지를 통해 들어간다. 이것이 염증을 유발해 기관지가 막힌다. 막힌 기관지로 인한 호흡곤란 때문에 공기가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해 압력이 높아지고, 폐가 찢어진다.’ 2011년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 ‘공중에 떠다니는 무언가’의 실체가 드러났는데, 그것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독 물질이었다. 정부조사를 통해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총 530명 중 76%인 403명, 사망자 142명 중 70%인 100명이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원인미상 폐 손상의 위험요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하고, 의약외품으로 지정한 후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진 후 더 이상의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옥시싹싹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영국 레킷벤키저사는 해당 가습기 살균제가 한국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은 잊혀질 수 없다.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allcsn.co.kr/PEG/14369270146951.jpg"></td></tr></tbody></table> 피플안전 Q. 영국에 다녀오셨다. 최지연: “가습기살균피해자 모임의 강찬호 대표와 피해자 두 명, 그리고 환경단체에서 두 명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 같습니다. 저도 가려는 계획이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못 갔어요. 영국 런던 외곽 슬라우에 위치한 레킷벤키저 본사와 런던 시내, 웨스트민스터 국회, 트라팔가 광장에서 시위했습니다. 레킷벤키저 본사에서 만나자고 하기는 했지만, 그런데 항상 형식적인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들은(본사) 자신들이 한국 옥시와는 별개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본사에 가도 소용했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가야했어요. 왜냐하면 그동안 한국옥시 측에서 단 한 번도 이 사건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영국 본사에서 조종을 하는 것이 한국옥시가 침묵하는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본사에서는 형식적인 유감 표명만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 옥시 측에서 뭔가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얘기를 했지만 막상 한국옥시 측에서는 명확한 대화를 회피했습니다. 가습기살균피해자모임이 영국에서 돌아 온지 3주 정도 됐습니다. 우리는 영국에 다년 온 후 국제 소송하는 변호사를 통해서 옥시에 압박을 가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메르스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이슈가 묻혔어요. 한 4년 동안 사회적 이슈 밑에 있던 문제들이었는데... 그게 이제야 조금 불씨가 되살아나려고 했는데 안타깝습니다.  " 피플안전 Q. 14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국가와 기업에서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지연: “그냥 책임 회피라고 생각해요. 정부에서는 동물실험을 하고 나서 원인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하는 말이 당시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당시에는 그게 유해제품이라는 걸 누구도 몰랐었다는 거죠. 법을 위반한 게 아니라 법 조항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라고 기업책임으로 떠넘기고 있습니다. 기업 측에서는 ‘정부에서도 책임을 안 지는데 우리가 왜 책임을 지느냐? 우리도 몰랐다’고 말하고. " <table width="644"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644" align="absmiddle" src="http://allcsn.co.kr/PEG/14369441451689.jpg"> 옥시레킷벤키저의 상품들이  영국의 한 상점에 진열되어 있는 모습. Reuters/Luke MacGregor</td></tr></tbody></table> 피플안전 Q.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폐손상의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후 시장에서 제품은 사라졌다. 그 후 한 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크다. 이에 대해 현재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유가족의 입장은 무엇인가? 최지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걸 받아들일 수는 없어요. 가습기 피해로 100여 명이 사망한 것은 사회적으로 큰 사건임에도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에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피해 기간이 너무 길고 원인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점이에요. 이 제품이 1998년에 출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00년~ 2011년 초반까지 거의 10년에 걸쳐서 피해자를 양산했어요. 제 아이도 2008년에 사망했는데 원인을 2011년에 알았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사망원인을 아직도 정확히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다만,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인지만 모를 뿐이죠. 이처럼 기간이 너무 길고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는 점보다 더 힘든 문제는 피해사례가 너무도 다양한 것입니다. 생존자 중에서도 경증 중증 등 너무 다양하고, 그리고 그 등급 내에서도 사망한 분도 있고. 피해자들은 그 등급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 등급으로 인해서 상처받는 분들이 많아요. 우리의 의지와 고통과는 다르게 자기들 임의대로 기계적으로 나눠서 피해자를 규정하는 것이니까요. 등급도 폐 관련해서만 획일적으로 나눠버렸어요. 그리고 피해 유가족들은 거주 지역도 다양하고요. 유가족들의 힘이 하나로 집약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유가족들의 죄의식 때문이에요. 저도 진실을 알았을 때 많은 충격을 받았어요. ‘내 손으로 내 아이를 그렇게 했구나’라는 정신적 충격은 엄청난 죄의식으로 변환되기에 외부에 자신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거죠. 저도 몇 년 동이 지난 후에야 겨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는데요. 다시 이 문제를 꺼내서 항의를 하면서 당시의 기억을 재구성하기가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 습도 조절 잘 해주라는 의사의 말에 딸을 위한 길이라 생각하고 부지런히 사용 이 세상에서 1년도 못 산 내 딸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가장 커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allcsn.co.kr/PEG/14369270401654.jpg">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allcsn.co.kr/PEG/14369270817978.jpg"></td></tr></tbody></table></td></tr></tbody></table> 서연이는 2008년도에 사망했다. 2007년도에 태어났고 돌이 되기 직전에 숨졌으니 이 세상에서 1년을 채 살지 못한 것이다. 무엇이 서연이의 삶을 그렇게 빨리 마치도록 재촉했던 것일까? 아이는 굉장한 우량아였다. 돌 이전에 이미 10kg의 몸무게를 유지했다. 여자아이였는데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했다. 장군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태어난 후 6개월이 지나고서부터 서연이의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의사는 습도 조절을 잘해주라고 했다. 최 씨는 그 얘기를 듣고 처음으로 가습기라는 것을 구입했다. 동네 마트에 갔더니 눈에 띄었다. 상품설명서에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씌여 있었다. 부지런히 사용을 했다. 최 씨는 겨울 내내 이틀에 한 번씩 꼬박꼬박 가습기 청소를 하고 사용설명서대로 정량을 맞춰 사용했다. 서연이가 3월 말에 감기 기운이 있어서 병원에 갔다. 그때 의사가 “아이의 낯빛이 안 좋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 병의 특징이 감염이 되도 확진하기가 어렵다는 거에요. 아이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몸에 이상이 있어도 금방 찍어볼 수가 있거든요. 근데 이 병은 청진기 상으로도 확인 안 돼요. 기침 증세도 없어요. 서연이도 그냥 미열만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다. 뭔가 확실히 드러나는 증상이 없으니 발 빠르게 대처하기가 어려웠다. 근데 나중에 알게 된 한 가지 증상이 있었다. 감염되면 아이가 몸이 아프기 때문에 먹는 걸 기피하고 살이 쭉쭉 빠진다. 산소포화도 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최씨는 나중에 들었다. 하지만 당시에 누가 그런 전문적인 지식을 알 수 있었을까? 모두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뿐이다. 감염이 진행되고 있을 때 서연이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영유아 검진도 받았었다. 서운이가 9개월 때 했었는데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 하루는 의사에게 요새 아이가 먹는 게 시원치 않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의사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다만 낯빛이 안 좋다고 해서 일반 소아과에서 링거를 맞았다. 그런데도 낮 빛이 생기를 찾지 못해서 의사가 이상하게 여겼다. 엑스레이나 찍어보자고 해서 2주 후에 찍었는데 의사가 너무 놀랐다. “사진을 보는 순간 되게 당황스러워하면서 어? 사진이 이상하다고 하더군요. 왜요? 그랬더니 이런 사진은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나오는 모습인데 이렇게 나올 리가 없다며 다시 찍자고 했어요. 재촬영을 했는데도 폐 사진이 그렇게 나왔어요.” 최씨의 말이다. 의사가 심각하다며 당장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부천 순천향병원으로 갔다. “가니 병원에서는 일반 폐렴인줄로 알고 산소포화도를 재라고 했어요. 저는 당시 산소포화도가 몇이 정상인지도 전혀 몰랐어요. 70번 대가 나왔는데 간호사가 잘못 쟀다고 하면서 의아해했어요.” 거듭 재도 동일한 수치가 나왔다. 간호사는 심각한 상태인 것 같다며 1인 실로 올라가서 빨리 조치를 취하자고 했다. 누구도 병명을 확진하진 못했다. 병원에서는 “사진 상으로 보니 가래가 매우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가 밤새도록 조치를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다음날 중환자실로 가자고 했다. 최 씨 부부는 밤새 뜬 눈으로 아이가 치료받는 모습을 봤다. 다음 날에도 전혀 차도가 없었다. 아이가 완전히 축 쳐져 있었다. 모유 수유를 하고 있었는데 전혀 먹지 못하고, 맥없이 늘어져 있었다. 기운이 하나도 없이 그냥 계속 잠만 잤다. 병원에 도착한 지 이틀 뒤에 중환자실로 갔다. 최 씨의 기억으로 “4월 2일”이었다. 서연이는 그날 들어가서 5월 23일까지 계속 중환자실에 있었다. “중환자실에 보내는데 너무 무서워서 못 가겠더라고요. 병원이 떠나가게 울기도 하고 보내면 다시는 못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병원에서는 간질성 폐렴인 것 같다고 했다. 최선을 다해보기는 하는데 장담은 못 한다고 했다. 집에서 인터넷으로 간질성 폐렴이 병인가 찾아보기도 했는데, 너무 황당했다. 환자의 대부분은 20세~40세로 유아가 걸리는 병이 아니었다. 산소포화도가 낮아지지 않아서 더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국내에서 최고의 병원이라고 일컬어지는 서울삼성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에서 뜻밖에 말을 했다. “요즘 이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기들도 연구 중에 있는데 최선을 다해 해 볼 테니 희망을 놓치 말라고 했다. 중환자실에 들어간 후에는 아이와 대면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이는 5월 24일에 숨졌다. 그 날이 아이가 태어난 날이었다. 생일이 기일이 되 버린 거다. 기구한 운명이었다. 아이 보낸 후 정신적인 충격으로 우울증 심해 보상 문제에서 처음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변해. 내 손으로 보낸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다해주어야 한다는 엄마의 마음뿐. 피플안전 Q. 아이가 숨지기 전에 마음의 준비는 했나? 최지연: "전혀요. 부모의 입장에서는 희망을 버릴 수가 없잖아요. 돌을 앞두고 있었기에 돌잔치 장소, 사진 촬영도 다 예약을 해 놓았어요. 취소를 하면 내가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느낌이 들었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우리 아이는 분명히 살아나올 것이라는 믿음을 끝까지 지내다가 아이 죽음 몇 일 전에 취소를 했어요. 아이가 어리다고 그 슬픔이 덜 하는 건 아니에요.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와 지낸 시간이 적다고 그 슬픔이 덜 하는 건 아니죠. 그때 지금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가족의 위기가 올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피해자 중에 정말 참담한 사연을 지닌 분들도 많아요. 임산부가 사망해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아이도 있고. 저희 같은 경우는 이혼까지는 아니었지만 서로 힘든 시기를 많이 보냈어요. 큰 아이가 생사를 넘나들 때 지금의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는데 심리적 충격으로 둘째를 낙태하려고도 했었어요. 큰 아이를 살리는 노력에 집중하기 위해서요. 아이를 지우려고 간 산부인과에서 다음에 다시 오라고 했는데 그 사이에 큰 아이가 떠나버린 것입니다. 혹시 둘째 아이도 장애가 있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태교라는 걸 제대로 못했어요. 매일 울면서 영양섭취를 제대로 못하고 심적 고통 속에서 살았으니까요. 그래서 둘째가 미숙아로 태어났어요. 아이가 너무 심하게 예민하고 너무 말랐고, 지금도 또래 보다 작아요. 아이가 태어나서도 제가 마음을 잡지 못하겠더라고요. 자꾸 둘째에 큰 아이의 모습을 투영시켰어요. " 피플안전 Q. 아이가 가고 난 다음, 생활은 어땠나?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allcsn.co.kr/PEG/14369271069463.jpg"></td></tr></tbody></table> 최지연: "아이의 죽음 이후 정신적인 병우울증, 대인기피증이 있었어요. 거의 2년간은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웠어요. 누가 감시하는 것 같고. 정신적인 혼란이 심했어요. 육아를 통해서 극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일 울면서 지내고 뭔가 먹는 것 자체도 죄스러웠어요. 둘째가 태어날 때까지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는데, 그 1년간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르겠어요. 병원에서 나와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언니네 집에서 두 달간 생활을 했어요. 집도 팔고 이사를 했고요. 새 집을 얻고 지금 둘째를 낳은 것입니다. 둘째를 나면 조금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자꾸 큰 아이 생각을 하더군요. 둘째가 기어 다니면 ‘그래 서연이도 그랬어. 서연이도 이랬었는데‘ 라면서요. 둘째 아이와 교감해야하는데 못 하겠더라고요. 서연이에게 미안한 거에요. 어디선가 서연이가 보고 있는 것 같고. 둘째 아이와 즐겁게 지내는 것이 너무 죄스럽게 느껴져서. 둘째에게도 못할 짓을 많이 했어요. 거의 말을 안 하고. 서연이 와는 돌 때까지의 기억이었거든요. 근데 돌이 지나니까 이제 둘째에게 집중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지금은 둘째에게 죄책감을 많이 느껴요. " 피플안전 Q. 원인을 알았을 때 어땠나? 최지연: "2011년에 임산부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편이 그 사건을 TV에서 봤냐고 물어봤어요. 병명이 나왔는데 서연이와 똑같다고 했어요. 그때 엄청난 충격을 받고 사건을 자세히 살펴봤어요. 병명은 간질성 폐렴인데 원인은 가습기 같다고 했을 때 거의 진짜 두 번째 충격이었어요. 왜냐하면 결국 내 손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니까요. 우리 손으로 가습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이와 우리 가족의 운명이 달라졌을 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가습기 피해자들은 그런 생각을 가장 많이 해요. 내 손으로 가족을 죽였다는 생각. 우리의 힘이 못 미치는 외부의 힘에 의해서 사망을 한 것보다 내 손으로 그렇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엄청난 죄책감을 주는 것이죠. 아직까지 제일 가슴 아픈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 피플안전 Q. 사실을 알고 어떻게 대응했나? 최지연: "바로 대응은 못 했어요. 그 사실을 알고 나서 피해자 모임 온라인 카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입을 했어요. 그런데 도저히 나서서 활동할 자신은 없더라고요. 첫째는 그럴 용기가 없었고, 두 번째는 몇 년 지나고 이제야 좀 정신적으로 안정적인 시기에 들어설 때쯤이었거든요. 그리고 셋째는 저희 부부가 유가족이라는 걸 가족 외에는 잘 몰랐기에 외부 사람이 어떤 편견 섞인 시선으로 볼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고요. 또 현실적으로 제가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어린이집은 일종의 서비스업이죠. 그래서 사람들을 상대할 때 항상 밝고 활기차게 응대해야하는데 만일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저를 욕할 것 같았어요. " <table width="4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400" align="absmiddle" src="http://allcsn.co.kr/PEG/14369271255954.jpg"></td></tr></tbody></table> 피플안전 Q.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최지연: "작년에 옥시 측에서 기부금 제공 얘기가 나왔어요. 그걸 보고 저거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옥시에서 도의적 책임으로 50억 기부금을 피해자들을 위해서 내놓겠다고 하자 피해자들끼리 합의를 못 보고 서로 갈등이 좀 생겼어요. 글쎄요..돈이 결부되면 갈등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 같아요. 그런 모습이 보기에 답답했어요. 보상이 제대로 유가족들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컸었지요. 정말 보상이 필요한 분들은 보상을 못 받고 엉뚱한 분들이 보상을 받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무기력하게 있지 안 되겠더라고요. 유가족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위해 물질로 지정하게 되었으니 책임 있는 해결책이 제시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옥시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피해자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고 피해자들은 또 그들끼리 갈등하고 흩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최 씨가 피해자 모임에 참석해서 보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카페 모임에 가입되어 있는 피해자들은 300여 명 되었는데 정작 외부 모임에 참석하는 인원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원래 적극적인 성격이었던 최 씨는 모임에 참석하면서 활동 계획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여러모로 추진력 있게 상황을 반전시키니 무기력하던 피해자들이 좋아했다. 점점 벽이 되어가고 있는 기업과 정부의 거대한 힘을 상대하지 못해 무기력해지고 있던 와중에 최씨가 패배의식으로 어두워져 있던 분위기를 일신했던 것이다. 피해자 모임에서는 형사고발을 작년까지 2차로 했다. 1차 때는 기소유예가 되었고, 2차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지언정 상징적인 의미로 진행을 하고 있다. 작은 힘이나마 압박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현재 보상에 대해 명확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 없지만, 유가족 내부에서도 보상과 관련해서 통일된 논의가 없는 게 현실이다. 피해자가 처해 있는 여건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피해자 530명 중 의료비와 장례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1∼2단계 판정을 받은 이는 221명에 불과하며, 건강모니터링 지원을 받는 3단계 판정을 받은 이는 61명이다. 가습기살균제와 피해와의 인과관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4단계 판정을 받은 240명은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렇게 기계적인 등급 나누기는 현실성이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정말 호흡기를 꽂고 지내며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는 피해자가 3,4등급을 받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 모두를 하늘나라로 보낸 권민정 주부도 3등급을 받았다. 특히 성인의 경우 100% 가습기가 원인이라고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배우자가 피해를 입고 사망한 경우에도 3,4등급 받은 경우도 있다. 본인이 있던 지병과의 연관성을 무시 못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 많은 피해들이 3,4 등급을 받았는데 당사자들은 매우 억울해 하고 있다. 피플안전 Q. 보상 문제는 끝까지 갈 것인가? 최지연: 제 아이는 2등급입니다. 장례비로 2백만 원 정도 주고, 병원비는 정부에서 보상해준다고 하더군요. 그나마 그것도 정부에서 처음부터 해주겠다고 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하도 조르니까 마지못해서 구상권을 전제로 보상을 약속한 것입니다. 저는 정부에게 주는 병원비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아이 목숨 값이잖아요? 그런데 관련기관에서 청구 기간 마감에 임박해서 연락을 해서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피해자 중 어떤 분이 ‘그건 받아야 한다. 안 받으면 다음에 예산이 줄어들어서 또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피해보상액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해서 받았습니다.  이제는 보상 문제에서 제가 아주 적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사실 이런 얘긴 굉장히 조심스러운 게 보상 문제에 대한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죽은 가족을 놓고 거래를 한다는 말이 있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보상 문제는 금액을 떠나서 뭔가 실질적인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미 사망한 피해자 가족에게는 보상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실 생활 자체가 어려운 중증 환자가 된 피해자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생각하면 보상 문제를 등한시 할 수 없어요. 가족으로써 엄마로서의 의무감 때문에라도 싸워서 보상 문제를 마무리 지을 거에요.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요. 나중에 서연이를 만날 때 “그래도 엄마 잘했지?”라고 말은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allcsn.co.kr/PEG/14369271415482.jpg"></td></tr></tbody></table> 피플안전 Q. 올해 계획은 어떤가? 최지연: "함께 운동하는 분들이 얼마 전 영국 다녀와서 142일 동안 릴레이 1인 시위 진행하고 있고요. 국제소송하는 분들도 있어요. 지금 이 사건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한 사건이이라고 합니다. 문제의 제품이 국내에서만 팔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국본사에 같을 때도 그들은 정말 잘 모르더라고요. 본사에서도 얼마 전에 알았다고 해요. 한국지사에서 보고를 늦게 해서요. 그래서 해외로 알리면 좋을 것 같아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요. 영국에 있는 아바즈라는 환경단체가 우리를 좀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가디언이라는 영국의 대표적인 언론 매체도 우리 문제를 좀 다뤄주고 있고요. 국내 소송 못하는 분들이 국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유럽 쪽에서는 큰 이슈가 될 문제라서 기업 쪽에 압박이 많이 될 거라고 하더라고요. " 피플안전 Q.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최지연: "아직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모르는 분들이 워낙 많더라고요. 가습기 살균제라고 검색만 해도 기사도 있으니까 봐주시고. 지나가다 1인 시위를 하는 걸 보시면 수고한다고 말 한 마디라도 해주어도 큰 힘이 됩니다." <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allcsn.co.kr/PEG/14369272496852.jpg"></td></tr></tbody></table> 바보 엄마가 쓰는 글. 최지은 씨가 아이에게 쓴 편지 "우리 아이는 2007년 5월에 태어났습니다. 너무나도 건강했고 여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장군감이라는 얘길 빠지지 않고 들었죠. 여느 엄마와 다름없이 저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아이를 위해 좋다는 것은 다 사주고 싶었답니다. 아이가 6개월 되던 즈음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하였고 의사선생님께 가습기 같은 것으로 습도 조절을 잘해 주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아마 아이 있는 집엔 거의 가습기가 있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세균이 생기지 않도록 하루하루 거르지 않고 아이 아빠와 번갈아 가며 가습기 청소를 했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마트에서 '가습기 살균제'라는 신제품을 접합니다. 그 뒤에 적힌 문구는 '인체에 무해합니다'였습니다. 망설일 필요없이 구매하고 정말 열심히 썼습니다. 그것이 우리 아이를 서서히 죽게 할 거라곤 전혀 생각 못하고. 그게 우리아이를 위한 일인 줄 알고…. 지금도 아이아빠와 저는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내 손으로 아이를 죽인 심정, 아무도 모릅니다. 무지하고 못난 애비, 애미가 죄인입니다. 봄을 참 좋아했던 저는 아이가 가버린 후로 꽃피는 5월이 참 잔인하게만 느껴집니다. 중환자실에서 근 두 달 동안 생활하면서 우리 아이랑 집에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아직 쌀쌀하네... 그래 날이 좀 풀리면 퇴원할 거야", "날이 많이 풀렸네... 그래 꽃이 필 때 쯤이면 아가랑 집에 갈 거야", "꽃이 피었네... 그래 꽃이 질 때쯤이면 우리 아이 벌떡 일어날 거야", "꽃이 지네... 그래 곧 더워지겠지 더워지면 아이 안고 퇴원할 거야"라는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제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철쭉을 보면 가슴 한켠이…. 혹시 아세요? 엄마들은 아이 낳은 달에 유독 몸이 안 좋거나 아프다고 합니다. 몸이 출산 때의 고통을 기억을 하기 때문이라네요. 우리 아이는 없지만 제 가슴이, 제 몸이 우리아이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서인이는 생일이 기일입니다. 참 운명의 장난같죠? 2008년 5월 24일 그날도 원래 건강했었다면 돌잔치를 하기로 되어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서인이를 만나러 갈 땐 꼭 케이크를 사갑니다. 올해는 외할머니께서 사주신 우유까지."엄마! 이제 초등학생이야 웬 우유~ !"하며 슬픈 모습 보이지 않으려 일부러 장난치듯 말하니 그새 콧잔등이 시큰해지셔서 또 눈물을 보이시네요. 그래도 잊지 않고 챙겨 주시니 어찌나 감사하던지. 저도 한 아이 엄마이기 전에 부모님의 딸이기에 웬만하면 걱정 끼치는 모습 안 보여드리려 하는데 이럴 땐 쉽지가 않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케이크를 들고 아이가 있는 곳에 갔습니다. "아가야 잘 지내고 있지? 엄마 왔어... 춥지는 않아?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만지고 싶고 보고 싶어.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엄마는 바보야. 아가야, 엄마와 너를 헤어지게 한 못된 사람들한테 꼭 사과 받아낼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Copyrights ⓒ어린이안전신문 기사제보 & 보도자료 <a href="mailto:allcsn@naver.com">allcsn@naver.com</a>]

임경복 기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